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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난 풍경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4. 9. 14.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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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몬세라트, 수도원과 성당, 음악학교를 품고 있는 몬세라트에 비가 내린다.
이 동양적 풍경의 바위산을, 스페인어로 '몬세라트'가 톱처럼 생긴 산 '톱산'이라는 뜻이라는 데, 산 이름처럼 바위산이 높이 솟아 삐죽삐죽하다.
중국 풍경 같기도 한 몬세라트에 갑자기 폭우처럼 비가 내린다.
이번 스페인 여행을 안내하는 가이드 말로는 9월 초순에 비가 내리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라고 하며, 미안해한다.
아니, 어쩌면 행운일지도 모른다.
비가 내리지 않는 계절에 비가 내린다면 오히려 감사한 일.
비가 만들어 낸, 안개에 휩싸인 몬세라트가 몽환적 풍경이다.
유럽에 신선이 살진 않을 테지만, 마치 신선이라도 기거하는 양, 바위 끝에 제비집처럼 아슬아슬하게 똬리 틀고 있는 수도원 기도처가 안갯속에 보일 듯 말 듯 신비롭다.
예전 같았으면 렌즈 좋은 필름 카메라로 이 풍경을 잡았을 텐데....  휴대폰 카메라로 이 멋진 풍경을 담기에는 부족하다.
우산까지 들고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서 투덜투덜거리며 장면 장면을 휴대폰 사진으로 기록한다.
우연이 만들어 내는 이 아름다움, 내가 만들 수 있거나 선택할 수도 없는, 하늘이 만들어 준 이 풍경은, 어쩌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지도 모르는 일.
아쉽다.
이 풍경을 파노라마로 다 담을 수 없어서....
내 기억 속에 이 아름다운 풍경은, 감탄했던 과거 다른 풍경처럼 그렇게 사라지거나 잊어질 텐데....
산을 내려와 버스에 올라 몬세라트를 떠나니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고 9월 햇살이 따갑게 차창을 파고든다.
동쪽 아시아 깊은 산속 어딘가에 거처하시던 신선이 나를 위해 이 먼 곳 스페인 몬세라트에 잠시 오셔서 비를 내리고 구름 다스려 선계를 보여주고는 바쁘다는 듯 다시 동양 어딘가로 떠나셨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꿈인 듯 생시인 듯....

 

 

2024년 9월 4일.

스페인 여행 중 '몬세라트 수도원'에서 박영오 글쓰고 사진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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