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스페인 여행지에서 대부분 그런 생각이 들며 아쉬워했습니다.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에서는 그 아쉬움이 너무 커 궁전을 떠날 때, 이루어질 수 없는 약속임을 뻔히 알면서, 나 자신을 다독이듯이 '다음에 꼭 알함브라 궁전에 다시 오리라, 그때는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오래오래 머물다가 가리다.'
나의 여행 버킷리스트 중 가장 위쪽에 있던 알람브라 궁전 여행이었는데, 너무 기대가 컸던 모양입니다.
궁전의 기둥과 벽에 마치 종이 벽지를 바르듯이 이슬람 문양을 돌과 나무에 빼곡하게 부조(돋을새김)로 새겨놓았습니다.
그 아름다운 문양을 보는 것을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인 데..... 시간이 허락된다면 알함브라 이슬람 문양을 스케치북에 그대로 따라 그려보며 난해한 문양을 그것을 깎고 다듬은 조각가 입장에서 들여다보고 싶었는데, 제한된 시간과 수많은 사람에 떠밀려 떠나야 하는 것이 허무했습니다.
궁전을 떠나고서야 '내가 알함브라 궁전을 제대로 본 것이 맞나?' '내가 뭘 보고 무엇을 느꼈지?' 아쉽고 허무하고 공허한 감정이 급격하게 밀려왔습니다.
이 부족함을 어떻게 채우고 텅 빈 마음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 싶네요.
내가 이곳에 직접 와서 봤다는 그것만으로 위로받고 허세 부리기에는 뭔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알함브라 궁전이 기대했던 만큼 그 정도는 아니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알함브라 나사르 궁전이야 당연히 훌륭하고 감동적이었다면, 그것을 차분하게 즐기면서 감동하며 받아들이는 나의 자세가 부족했던 거였지요.
너무나 아쉬워서 알함브라 궁전 야경 투어할 때 급히 화첩에 담아보기도 하고 찍어왔던 사진을 호텔에서 다시 보며 궁전 풍경을 마무리하며 그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사진 속 알함브라 궁전을 장식한 이슬람 문양을 세세하게 뜯어보고 TV 여행프로그램을 유튜브로 다시 보며, 낮에 미처 못 봤던 세밀한 장면을 반복해서 보며 또 아쉬워했습니다.
내가 그렇게 소원했던 여행이었는데..... 뻔한 거짓말을 나에게 약속하듯 말합니다 '나중에 꼭 다시 오리라.'
스페인 현지 교포 가이드가, 자기 집에 렌트해 줄 방이 7칸이며 욕실 5개를 구비하고 있다기에, 전화번호를 받아서, 언제 다시 올 수 있으려나 스스로 의심하면서 혹시나 하면서 연락처를 간직했습니다.
이번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여러 번 찾아봤던 알함브라 궁전 여행 프로그램을 집에 돌아와서 되돌려보며, 현장에서 직접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풍경을 이제야 무릎을 치며 다시 보며, 깊은 아쉬움과 밀려오는 후회를 달래고 있습니다.
나도 참.....
2024년 9월 하순 박영오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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