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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라면 말입니다.

한 줄 오두막 편지

by 더불어 숲 2026. 1. 2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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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겨울 청량산. 박영오 그림
2014년 가을 청량산. 박영오 그림
2014년 여름 청량산. 박영오 그림

 

 

10년은 지나간 아주 오래전 일입니다. 1년 휴직하면서 청량산에 잠시 머물다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청량산 풍경을 부지런히 담았습니다. 어둠이 내려오기 전에 서둘러 그림 도구를 챙겨 산 아래 주차장으로 내려왔습니다. 어둠이 짙어져 가는 시간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은 산길을 중년 부부가 걸어서 내려가더군요. 차를 멈추고 어디로 가는지 물었습니다. 가까이 어디든 버스 다니는 곳까지 가면 된다고 말합니다. 차 안에서 다시 자세히 물었더니, 제주도에서 왔는데 대구공항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합니다. 나는 이왕 가는 길, 1시간 거리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안동 버스 터미널에 내려드렸습니다. 전화번호를 주며 혹시 제주도에 오면 꼭 전화해 달라고 하더군요.

잊고 있었습니다. 몇 년 후 기념할 일이 있어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났습니다. 문득 생각이나 전화했습니다. 귤 상자를 들고 제주공항으로 마중 나왔습니다. 숙소 렌트 카 모두 예약했다고 정중하게 사양하며, 고맙다고 고마웠다고 서로 감사하며, 다시 제주도에 오면 안동에 오시면 전화해 달라고 서로 말하며, 악수하고 헤어졌습니다.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정리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미루고 있습니다. 연락할 일도 전화 올 일도 없는 전화번호는 지워야겠지요. 그리고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또 지워야겠지요.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지워가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누구더라? , 청량산에서 만났던 제주 사람 '고ㅇㅇ' 번호를 지우려다가, 혹시 그분이 내가 사는 곳에 오셔서 전화를 하면 어쩌지, 만약 전화를 하면 단번에 알아보게 이름을 고쳐서 저장해 뒀습니다.제주도 고ㅇㅇ님’ 이렇게 말입니다. 혹시나 말입니다, 그게 인연일 테지요. 전화를 해주신다면 말입니다.

20261월 중순 한파주의보 내린 날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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