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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문득 5 - 앙코르 유적군 '반데이 스레이'

여행지에서, 문득

by 더불어 숲 2017. 4. 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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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유적군 중 '반데이 스레이'사원 ( 사진 박영오 2017. 3. 29)






단 며칠 서울에 머무는 외국인이, 경복궁과 창덕궁을 하루 만에 본다면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끼고 떠날까?

우리나라 궁궐의 문화적 특징을 알 수 있었을까?
몇 시간 만에 '병산서원'과 '도산서원'을 휘둘러보고 건축양식의 차이와 각각 서원의 상징성을 찾아낼 수 있을까?
문화해설사가 열심히 설명한 유성룡과 퇴계 이황 선생의 역사적 학문적 업적을 귀담아 듣고 그 차이를 알 수 있을까?

캄보디아에서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미 다 잊어버릴, 앙코르와트와 그 주변 사원을 세운 왕의 이름과 역사적 사건을 애써 알려고 하지말자.
귀담아 듣고 빠지지 않고 보되 기억에 남으면 다행이고 그 유적지를 돌아 나오며 잊어버리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행히 불교와 힌두교의 문화적 차이와 조각과 건축의 상징성 정도는 알고 있지 않는가.
여행가이드가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해도 나는 나의 지식과 문화적 수준으로 입력되고 받아들일 뿐이다.
내 나름 그저 최선을 다해 보고 느끼면 되는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첫 만남은 '반데이 스레이' 사원이라는 규모가 작은 힌두교 사원이다.
우리나라 역사 연대와 비교하면, 970년 무렵이니까 고려 초기 정도의 무척 오래된 문화유적이다.
무너지고 뜯겨나가고 겨우 몇 개의 탑이 이곳이 오래전 힌두교 사원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도 남아 있는 유적만이라도 과거 찬란했던 문화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지금까지 사진으로만 봐왔던 앙코르와트 유적군의 첫 만남은 가슴이 두근 두근거릴 정도로 감동이다.
오래 헤어진 이산가족의 첫 만남이 이런 감격일까?
다음날 둘러볼 앙코르와트와 앙코르 톰에 비하면 초라한 유적이지만, 나와 앙코르 유적군과 첫 만남이기에 어찌 감동 감격하지 않겠는가?
오버 액션이라고 핀잔할지도 모른다.
누가 뭐래도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소원했던 일이 아닌가.
그토록 바라왔던 앙코르 첫 만남, 그 기대 이상에서 눈물이 핑 돌 정도의 감동이 밀려온다.

붉은색 사암에 정교하게 빈틈없이 빼곡하게 여러 문양을 돋을새김(부조)으로 조각을 했다.
옷감에 자수를 놓아도 이렇게 세밀하게 표현하지 못했으리라.
전문 조각 장인들이 수많은 시간을 정과 망치로 한 뜸 한 뜸 조각했을, 천년이 지난 힌두탑 앞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현재 이 시대의 첨단 장비와 최고의 기술을 동원 한다고 해도 이렇게 아름답고 정교하게 창조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이 시대 복원은 그 시대의 문화를 단지 모방하고 따라할 뿐이다.

아침 일찍 이곳에 와 저녁 해질 무렵까지, 하루를 온종일을 여기에 머물며 이 정교한 문양을, 이 정교한 돌조각을 보고 또 보며 연필로 세밀하게 옮겨보고 싶다.
어떤 마음과 어떤 노력이 들었는지 얼핏이라도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밀림 속에 허물어져 가는 '반데이 스레이' 사원 풍경을 수묵화로 담아보고 싶다.
정교함과 예술성을 함께 갖춘 '반데이 스레이' 유적 앞에서 넋을 놓고 바라보며 떠나지를 못한다.

여행 가이드가 재촉한다.
웃으며, "여기서 벌써 이러시면 안 됩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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