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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촉촉히 내리는 아침입니다

편지 보냈습니다

by 더불어 숲 2017. 4. 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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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아침입니다.
자주 창밖을 바라봅니다.
내가 글 쓰고 책 읽고 하는 공간에서 멀리 낙동강이 내려다보입니다.
글 쓰다, 책 읽다가 그러면서 창밖으로 멀리 있는 강을 보기 위해서,
일부러 거실 남쪽 창끝에 책상으로 삼아 쓰고 있는 옛 재봉틀을 옮겨놓고 그곳에서 자주 창밖을 바라봅니다.

이 시간 아무도 없는 이 공간에서 홀로 생각에 잠깁니다.
나에게 주어진 작은 행복입니다.

차라리 이렇게 봄비 오는 날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화창한 날이면, 집에 있기가 아까워 이번에는 어디로 가야하나?
그림도구를 챙겨들고 화첩기행을 갈까?
아니면 사진기 챙겨 넣고 걷거나 등산을 갈까?
아니면 훌쩍 멀리 여행을 떠날까?
여러 선택에서 집을 나서야 한다는 고민을 하는데,
이렇게 차분히 봄비 내리는 날에는 그런 선택의 고민 없이 그저 집에 머물며 책을 읽거나 멍하니 생각에 잠기거나 합니다.

머무는 이 시간이 좋습니다.
공간에 머물고 생각에 머물게 하는 이 비오는 날을 좋아합니다.

책장에 있는, 이 책 저 책 기웃거리다가 마땅한 책이 없어, 지난 번 여행 떠나며 책 대신 타블릿 pc에 챙겨둔 몇 권의 E-book 생각나 열어봅니다.
다운로드 받아놓고 몇 장 읽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사각거리며 책장 넘기는 맛은 없어, 미리 뒷장을 넘겨보며 어떤 내용이 기다리고 있는지, 내가 어느 만큼 읽었는지 가늠할 수 없어서 손이 자주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애써 다운로드 받아놓은 몇 권의 E-book을 외면했는데, 오늘 다시 열어봅니다.
..........................

역시나, 몇 페이지 읽다가 다시 닫았습니다.
오늘은 전에 읽다가 둔, 그리 부담 없는 에세이나 시집을 찾아 다시 읽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시집을 산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한참 책장을 기웃거리다가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라는 도종환 산문집을 골랐습니다.
2004년에 출판한 책이니까 꽤 오랜 된 산문집이네요.

이 책을 다시 읽으려고 합니다.
다시 읽으면 13년 전과 또 다른 마음으로 다가오겠지요.
책 읽다가, 멀리 낙동강을 바라보다가, 베란다 나가서 봄비를 멀거니 바라보거나,
그래도 뭔가 모자라면 우산 쓰고 낙동강변을 천천히 걷고 오겠습니다.

봄비가 차분히 내리는 2017년 4월 6일 아침에 쓴 글입니다.

(글 사진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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