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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꽃인들 아름답지 않겠는가.

편지 보냈습니다

by 더불어 숲 2017. 4. 11.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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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꽃인들 이 봄에 피는 꽃이라면 아름답지 않겠는가.
긴 겨울을 치열하게 이겨내고 마침내 꽃을 피우는 너희가 있어 이 봄이 더욱 찬란하다.

너희를 시상식에서 이름을 불러주듯이 하나 하나 이름을 부르며 칭찬해주고 싶다.


산에 들면 이 봄에 가장 일찍 피는, 꼭 산수유 꽃을 닮은, 왜 '생강'이란 이름을 얻었을까 궁금해지는 "생강나무꽃"
흔하디 흔해 그래서 더욱 우리네 서민들 심정을 잘 알아줄 것 같은, 혼자 있어도 예쁘고 무리지어 있어도 예쁜 꽃, 나보기 역겨워 가실 때 뿌려주며 자신을 희생하는 꽃 "진달래꽃".
아무 곳에서도 막자라는 그래서 앞에 ‘개’를 붙였지만, 노랑색과 봄의 대명사인 "개나리꽃"
필 때도 아름답지만 질 때도 자신의 모든 것을 논개처럼 던져 버려 또 한번 꽃을 피우는, 필 때도 질 때도  찬란히 아름다운 꽃 "동백꽃" 
이 꽃이 피면 4월 이라고 다들 알고 있는, 이른 봄에 꽃피우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꽃이 지고 난 뒤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나무의 연꽃 "목련꽃"
화려하게 피었다가 순식간에 미련 없이 져버리는, 지는 꽃이 눈처럼 휘날리며 아쉬운 작별을 고하는 그래서 더 아쉬운 "벚꽃"

벚꽃 질 무렵, 산에서 들에서 키낮게 좁쌀처럼 무리지어 작게 피는, 보릿고개 그 시절 얼마나 배곱팠으면 꽃이 밥으로 보이는 "조팝꽃"
피는지는 알아도 어느 때 지는지 모르게 가장 이른 봄에 왔다가 슬며시 사라지는 "산수유 꽃"

무릉도원에 신선과 함께 살아야 제격인, 필 때도 예쁘지만 열매도 함께 예쁜 "복숭아 꽃"
시골에 한 집에 한 두 그루 정도 꼭 갖고 있던, 벚꽃과 꼭 닮은 "살구꽃"
이른 봄에 피는 꽃이 물러가면 이제는 내 차례야 하듯이 향기로 말을 걸어오며 많은 생명을 먹여 살리는 "아카시아 꽃"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 처럼 슬픈 찔레꽃, 달 처럼 서러운 찔레꽃..... '장사익'이 구슬프게 노래불러 이제는 이 꽃을 보면 슬퍼지는 "찔레꽃"

.......


이 봄에 피는 꽃이라면 모두 칭찬 받아야 마땅한 너희들을 하나 하나 이름을 불러주며 상을 주고 싶구나.  
미처 이름을 불러주지 못한 봄꽃이여, 서운해 하지말라.

너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모자라서 부르지 못하는구나.

이 봄 어디엔들 막 피어나 그래서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지만 너희 봄꽃들이 있어서 이 봄이 아름답구나.
이 봄, 무슨 꽃인들 아름답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대들이 더욱 고맙다.
눈물이 나도록 고맙다.
너무 고맙다.

고맙다.

(글 사진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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