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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도 과장하지 않아도 보입니다.

편지 보냈습니다

by 더불어 숲 2017. 4. 10.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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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에도 행복을 과장해서 전합니다.
나는 이렇게 해서 행복하고 또 이걸 얻고 이뤄서 행복하고 내 자식이 이걸 잘해서 행복하다고 웃으면서 이야기 합니다.
그러면 상대도 맞장구치며 자신의 자랑인 듯 흉인 듯 늘어놓습니다.
꼭 화려한 백화점 상품을 전시하듯이 여러 자랑거리를 서로 펼쳐보입니다.
그런 대화를 하고나면 대화의 부피만큼 가슴에 큰 구멍이 생겨난 듯 공허합니다.
알고 보면 위로가 아니라 서로의 상처가 되는 대화일지도 모릅니다.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어느 분이 대화 중에 자기 자랑만 늘어놓습니다.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흉보듯 말하는데 듣고 보면 돈 자랑이고 자식 자랑이고 남편 자랑입니다.
그런데 나는 왜 그 자랑스러운 말들이 "나는 불행합니다." "나는 외롭습니다."로 들리는 걸까요?

행복은 굳이 과장하지 않아도 보이고, 불행은 아무리 감춰도 엿볼 수 있습니다.
너무 솔직할 필요도 부러 과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봄에 꽃 핀 이야기만 해도 넘치는데, 텃밭에 씨뿌린 이야기와 새싹 돋는 이야기만 해도 넘치는데......
그저 진정성만 가진다면 그 대화가, 그 사람이 마음에 담깁니다.
소박한 일상을 담은, 살아온 마음을 담은, 조금은 부족하지만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그런 대화가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글 사진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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